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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배경이야기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하고 어두웠다. 지난 여섯 밤처럼 해적의 달이 수평선에 나지막이 걸려 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망할 장송곡만 빼면. 녹서스 주변 바다를 오래 항해한 비오낙스는 이런 바다가 불행의 전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크윌 호의 앞 갑판에 서서 쌍안경으로 먼바다를 살폈다. 현재 위치를 알려줄 만한 단서가 필요했다. 비오낙스는 캄캄한 어둠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느 쪽을 봐도 바다밖에 없어. 육지도 안 보이고 내가 아는 별도 안 보여. 돛은 바람을 받지 못하고. 갑판의 노를 며칠씩 저었지만, 어느 쪽으로 가도 육지는 가까워지지 않고 달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구나.” 잠시 손을 놓은 비오낙스가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얼굴을 문질..

챔피언 배경이야기 뒤 쿠토 장군의 막내딸로 태어난 카시오페아에겐 녹서스 귀족 가문의 자제로서 특권을 누리는 삶이 약속돼 있었다. 어릴 때부터 두뇌가 명석했고 재치가 번득였던 카시오페아는 언니 카타리나가 아버지에게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 소레아나의 뒤를 따랐다. 녹서스의 뒤 쿠토 장군은 슈리마 정복에서 큰 공을 세운 뒤, 가족들을 불러 해안 도시 우르제리스의 총독 곁에서 머물게 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들에게 둘러싸인 카시오페아는 어머니 곁에서 사교술과 권모술수를 배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 소레아나가 녹서스에서 살던 때와는 다른 걱정에 괴로워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소레아나가 저택에서 쓰러졌다. 누군가 빗에 부식성 독을 묻혀 두었기 때문이었다. 소레아나는 사경을 헤..

챔피언 배경이야기 두려움을 모르는 공허의 사냥꾼 카이사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그녀가 처음에는 눈에 전혀 띄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사실이리라. 카이사는 대대로 전사를 배출한 부족 가문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슈리마의 대지 아래 도사리고 있는 미지의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머나먼 곳에서 소환된 것도 아니었다. 카이사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혹독하기 짝이 없는 기후의 남쪽 사막을 고향으로 삼은 부모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고, 낮에는 친구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상상했다. 소녀 카이사의 운명이 완전히 바뀐 것은 태어나서 열 번째 여름을 맞이한 무렵이었다. 카이사는 너무 어렸기에 그해에 마을을 휩쓴 이상한 사건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낯선 존재들이..

챔피언 배경이야기 포식자라는 것들은 본래 자신보다 훨씬 약한 놈들을 잡아먹는 족속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허에서 온 생명체들은 역시나 이 세상의 상식과는 거리가 좀 먼 것 같다. 발로란으로 숨어들어온 공허의 존재 카직스는 오로지 강한 상대만 골라서 잡아먹기 때문이다.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이 포악한 포식자는 자신이 먹어치운 것들의 위력을 죄다 흡수해서 점점 더 강한 생물로 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최근 탐내고 있는 먹잇감의 이름은 '렝가', 카직스가 이 발로란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동급이라고 인정하는 상대다. 이 세계로 건너올 당시만 해도 카직스는 아사 직전의 쇠약한 상태였다. 그는 언제나 더 빨리, 더 강한 생명체로 진화하고 싶었지만, 주위엔 항상 작고 나약한 동물들밖에 없었다. 이..

챔피언 배경이야기 녹서스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인 뒤 쿠토가에서 태어난 카타리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동생 카시오페아가 어머니로부터 뛰어난 정치적 수완을 물려받은 반면 카타리나는 아버지 뒤 쿠토 장군의 전투력을 쏙 빼 닮았다. 이를 일찌감치 파악한 장군은 딸이 어렸을 때부터 검을 배우도록 했다. 무분별한 잔인함이 아니라 극도의 정확함으로 목표를 처치하도록 가르쳤다. 아버지 휘하엔 많은 제자가 있었고, 지도자로서 아버지는 가르침엔 엄격하고 칭찬엔 인색하기로 유명했다. 당연히 카타리나의 어린 시절에 (그걸 어린 시절이라 부를 수 있다면) 친절이나 휴식 같은 단어가 끼어들 틈 따위는 없었다. 눈만 뜨면 궁극의 비기를 연마하고, 지구력을 시험하고, 손기술을 단련하고, ..

챔피언 배경이야기 생전에 칼리스타는 이젠 사라져 잊혀진 옛 제국의 위대한 장군이자 왕의 조카였다. 엄격하게 명예를 지키며 살았고, 왕위에 절대적 충성을 맹세했다. 많은 적이 왕의 목숨을 노리고 암살자를 보냈지만,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던 칼리스타 덕분에 왕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칼리스타는 왕을 향해 날아오는 암살자의 독 묻은 칼날을 막아내다 왕이 사랑해 마지않는 왕비의 팔에 상처를 냈다. 위대한 사제들과 의사들이 찾아와 왕비를 치료하려고 했지만, 누구도 왕비의 몸에 든 독을 빼낼 수 없었다. 비탄에 잠긴 왕은 칼리스타를 보내 치료제를 찾도록 했다. 칼리스타는 떠나며 강철 기사단의 헤카림에게 왕의 호위를 맡겼다. 칼리스타는 긴 여정 동안 박식한 학자들과 은둔자들, 비술사들을 만났지만,..

챔피언 배경이야기 질서가 있으면 혼돈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이처럼 극과 극인 성질들이 우주의 법칙 속에서 조화롭고 완벽하게 상생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세상의 균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세상의 균형이 스스로 조절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오니아 군도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는 곳에서 우주의 법칙을 사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고대 결사단이 자리 잡고 있다. 킨코우라 불리는 이 결사단에는 세 명의 그림자 전사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태양의 유지를 받드는 정의의 전사 케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밴들 시티 출신의 케넨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유별난 아이였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모친의 자궁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빠져나온 케넨은 산파..

챔피언 배경이야기 진보의 도시 필트오버의 보안관 케이틀린은 불굴의 의지와 탁월한 수사력을 자랑한다. 정의감과 준법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기까지 하다. 멋들어진 마법공학 소총으로 무장한 끈질긴 사냥꾼 케이틀린은 필트오버의 범죄자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케이틀린은 마법공학을 연구하는 유복한 명문가 출신으로 일찍부터 품위 교육을 받았지만 남부의 자연 속에서 뛰어놀기를 더 좋아했다. 도심의 부유층과 어울리는 일에도, 숲 속 진흙탕을 밟으며 사슴을 좇는 일에도 능숙했지만 어릴 적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 밖 야생지대에서 보냈다. 아버지의 빌지워터 연사총만 있으면 그곳에선 상공의 새도, 삼백 미터 밖의 토끼도 거뜬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이틀린의 진정한 강점은 타고난 정의감을 ..

챔피언 배경이야기 원래 녹서스에서 태어난 시이다 케인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소년병으로 징집되었다. 보람 다크윌이 통치했던 녹서스 제국에서도 가장 악랄한 지휘관만이 택하는 잔혹한 전법이었다. 나보리의 플레시디엄에서 벌어졌던 처참한 전투에 뒤이은 침략은 녹서스 군의 의도대로 장기간에 걸친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아이오니아 사람들의 측은지심은 녹서스 입장에서는 파고들어야 하는 약점이었다. 순진해 보이는 어린 소년들이 전장에 나서면 아이오니아 전사들이 잠시나마 망설이리라는 것이 녹서스 지휘관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소년병들은 어른들이 손에 쥐여준 무기를 제대로 들어 올리지도 못했으니, 케인이 전장에 선 첫날은 전장에 선 마지막 날이 될 것이 뻔했다. 바알 지방을 공격하기 위해 에풀 강 어귀에 상륙한 녹서스 군은 주..

챔피언 배경이야기 룬 전쟁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타곤 산은 다가오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 빛 속에서 케일과 그녀의 쌍둥이 동생 모르가나가 태어났다. 자매의 부모였던 미히라와 킬람은 부족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타곤 산을 오르고 있었다. 미히라는 산을 오르던 중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등반을 멈추지 않았다. 타곤 산 정상에 도달한 그녀는 정의의 성위로 선택받아 태양보다 눈부시게 타오르는 칼을 휘두르게 되었다. 미히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를 출산했다. 간발의 차이로 먼저 세상에 나온 케일은 눈부신 빛을 발산했지만, 뒤이어 나온 모르가나는 그만큼 어두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미히라는 필멸자 최강의 전사가 되었다. 하지만 킬람은 신성한 임무를 맡게 된 미히라..